2009년 선종(善終)한 김수환 추기경은 ‘바보’로 세상에 널리 알려졌던 분입니다. 바보를 자처하며 그린 추기경의 자화상은 화제가 됐고, 선종 뒤 설립된 재단의 이름도 ‘바보의 나눔’으로 정해졌습니다.
세월이 흘러 잊히고 있지만 김 추기경에 앞선 ‘원조 바보’가 있습니다.
“바보라는 말을 들으면 그 삶은 성공한 삶입니다.” 12월 25일 20주기를 맞는 장기려 박사(1911∼1995·사진)의 말입니다. 그의 삶을 조명한 특집 다큐멘터리 방영을 알리는 CTS 기독교TV의 자료가 그 기억을 되살렸습니다. 6월에는 부산에서 ‘장기려로’라는 도로가 개통되기도 했습니다. 고신대복음병원 부근의 800여 m 구간입니다.
평안북도 용천이 고향인 그는 1932년 경성의전(서울대 의대의 전신)을 졸업한 뒤 간 분야의 외과의로 화려한 경력과 명성을 쌓았습니다. 그는 경성의전부속병원 근무 시절 척추결핵으로 입원했던 춘원 이광수의 주치의를 맡았는데, 나중에 춘원의 소설 ‘사랑’의 주인공인 의사 안빈의 실존 모델이 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.